기증자료 모아

낙태죄 폐지 운동 –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까지

다시 낙태죄 논란을 불러온 것은 20169월 보건복지부의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였다. 모자보건법상의 허용범위에서 벗어나는 낙태 시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시행한 의사의 자격정지 기간을 12개월로 늘린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산부인과 의사회가 입법예고를 철회하지 않으면 11월부터 낙태 시술을 전면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이는 201610, 한국에서 검은 시위가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같은 시기 폴란드 여성들의 시위처럼 여성들이 검은 옷을 입고, 검은 피켓을 들고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요구했다. 양국의 검은 시위는 국경을 넘어 조응했던 페미니스트 행동이었고, 한국 여성 운동사에서 검은 시위는 하나의 분기점이었다.

(20161111일 보건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행위 위해 정도에 따라 자격정지 기간 세부화를 발표하여, ‘불법 임신중절수술형법 위반행위로 표현을 변경하고 자격정지 기간은 현행과 같이 1개월로 유지하되 종전과 같이 사법처리 결과가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처분키로 변경했음을 알렸고 2018817일 이같은 내용이 공포·시행되었다.)

  

2015년 전후의 페미니즘 리부트와 같은 해 5월에 일어난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많은 온/오프라인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와 단체들이 낙태죄 폐지를 위해 나섰고 새로이 조직되었다. 이들은 장애, 연령, 결혼 여부, 국가 정책에 따른 임신중절 경험을 이야기했고,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비판하는 구호가 내걸렸다. 여성 커뮤니티 사용자 중심으로 구성된 비웨이브(BWAVE, Black Wave)’검은 시위’, 임신중단전면합법화시위를 주도했고, 영 페미니스트 조직인 강남역10번출구’, ‘페미당당’, ‘불꽃페미액션도 활동했다. 2015년 출범하여 토론회를 통한 논의를 이어오던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기획단2016성과재생산포럼으로 전환하여 생명권 vs. 선택권 판 뒤집기등 담론 전환을 위해 활동했다. ‘한국여성민우회등 기존 여성단체들도 동참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집회, 기자회견, 캠페인이 벌어졌다. 201612월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에 대해 여성을 출산도구로 취급하는 정부행태로 비판하는 움직임도 거셌다.

 

2017928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을 위한 국제행동의 날(Global Day of Action for Access to Safe and Legal Abortion)’20여 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 발족하고, ‘269명이 만드는 형법 제269조 폐지 퍼포먼스를 펼쳤다. 또한 보신각 앞에서 비웨이브17번째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시위를 열어 800여 명의 여성(주최쪽 추산)들이 낙태죄 폐지를 요구했다(19번의 시위가 열림). 16개월간 이어진 낙태죄 위헌 여부 심리를 압박하기 위한 목소리들이 계속된 것이다. 201711월 청와대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요구하는 약 23만 명이 참여한 국민청원에 대해, 기존의 대립구도를 넘어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임을 인정하고,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며”, “국가의 의무와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2018년 여성 운동은 다양한 의제로 뻗어 나갔지만, ‘탈코르셋운동에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듯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규율과 통제에 대한 사회적 주목과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졌다. 20194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 소식이 들리던 거리의 환호성은 오랫동안 동일한 대립 논리로 부진했던 싸움에서 이룬 쾌거, 새로운 사회적 논의의 장을 열어갈 수 있게 된 기쁨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참고문헌>

나영(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적녹보라 의제행동센터), 2016검은 시위‘, ’낙태죄 폐지의 정치 의제화를 시작하다」, 페미니즘 연구, Vol.17, No.1, 2017.

박종주(성과 재생산 포럼), 낙태는 죄였던 적이 없다 - 오늘의 낙태죄 폐지 운동」, /성이론, Vol.37, 2017.